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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재방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N차 관람 부르는 마성의 매력!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내돈내산 재방문 후기 (홍광호 vs 전동석 비교 포함)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두고 흔히 하는 말이죠. 과연 그 명성이 사실일까 궁금했던 저는, 드디어 이 작품을 직접 경험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네,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한 번으로는 부족해서 결국 '내돈내산'으로 재관람까지 하고야 말았답니다. 오늘은 저의 피 같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두 번이나 관람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생생한 후기를, 특히 제가 만났던 두 명의 '지킬/하이드' 홍광호 배우와 전동석 배우를 중심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저처럼 재관람을 고민 중이시거나, 어떤 캐스팅으로 봐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첫 만남의 강렬함, "왜 홍광호, 홍광호 하는지 알겠다!" (홍광호 지킬)

첫 <지킬 앤 하이드> 관람은 그야말로 '피켓팅' 전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뮤지컬 팬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티켓 파워, 홍광호 배우 의 출연 회차였기 때문이죠. 티켓 오픈 당일, 광클릭 끝에 간신히 샤롯데씨어터 1층 중앙 19열 좌석을 확보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함께 간 친구는 좌측 블록 12열을 잡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시야는 비슷하게 좋았다고 하더군요.)

공연 당일, 또 하나의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원래 캐스팅 보드에 있던 엠마 역의 배우님이 개인 사정으로 변경되면서, 제가 정말 좋아하던 민경아 배우님 의 엠마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죠! 뜻밖의 선물에 공연 시작 전부터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샤롯데씨어터 는 역시 명성대로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가까워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다만, 좌석 간 간격이 다소 좁다는 점은 살짝 아쉬웠습니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대여 가능한 오페라 글라스 (대여료 3,500원, 신분증 지참 필수)를 빌렸는데, 이건 정말 신의 한 수였습니다! 배우들의 미세한 눈빛 연기까지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거든요. 혹시 뒷좌석에 앉으신다면 오페라 글라스 대여를 강력 추천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공연! 웅장한 앙상블의 프롤로그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홍광호 배우였습니다. 첫 등장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그리고 넘버를 소화하는 압도적인 성량과 연기력은 왜 많은 사람이 "믿고 보는 홍광호"라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Confrontation' 넘버는 정말이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어요. 한 몸에서 선과 악, 지킬과 하이드가 격렬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조명과 목소리 톤, 표정 연기만으로 완벽하게 표현해 내는데, 그 에너지가 객석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어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했습니다. 이 넘버 하나만으로도 홍광호 배우의 티켓값은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다른 넘버들도 훌륭했습니다. 홍광호 배우의 애절함이 돋보였던 '그대 향한 길', 사회의 위선을 풍자하는 웅장한 합창곡 '가면 (Facade)', 그리고 엠마(민경아 배우)와 헨리 지킬의 아름다운 듀엣곡 '당신이 나를 받아준다면 (Take Me As I Am)'은 로맨틱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잠시나마 극의 긴장감을 녹여주었죠. 개인적으로는 루시(당시 윤공주 배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와 엠마의 듀엣곡 '그의 눈에서 (In His Eyes)'도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킬을 사랑하는 두 여성의 감정이 절절하게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스토리 자체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특히 루시가 지킬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이나, 지킬 박사가 왜 루시에게 그토록 끌리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어요. 엠마 캐릭터 역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지만, 그녀만의 서사가 더 깊이 있게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또한, 주교의 위선을 표현하는 장면 등 일부 연출은 다소 자극적이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첫 <지킬 앤 하이드> 경험은 "대대대만족"이었습니다. 스토리의 아쉬움을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귀를 사로잡는 넘버들이 완벽하게 채워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홍광호라는 배우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죠. 뮤지컬 입문자에게도, 혹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도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죠. "곧 시작하는 뮤지컬 <데스노트>도 무조건 홍광호로 볼 테다!" 라고요.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다시 찾은 <지킬 앤 하이드>, 새로운 발견의 즐거움 (전동석 지킬)

첫 관람의 강렬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저는 결국 <지킬 앤 하이드> 재관람을 결심했습니다. 이번에는 전동석 배우 의 지킬/하이드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첫 관람 때 스토리 자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가 다르면 완전히 다른 극이 된다"는 말을 확인하고 싶었고, 특히 전동석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Confrontation' 넘버에 대해 언급한 것을 보고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두 번째 관람일은 12월 15일. 이미 넘버 전체를 거의 외울 정도로 익숙해진 상태에서 다시 만난 <지킬 앤 하이드>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첫 관람 때는 긴장감과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디테일들이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앙상블 넘버 였습니다. 첫 관람 시, '가면 (Facade)'이나 '살인! 살인! (Murder! Murder!)' 같은 웅장한 앙상블 넘버에서 가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아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넘버를 미리 숙지하고 가서 그런지 가사 하나하나가 귀에 쏙쏙 박히면서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군무, 그리고 완벽한 하모니의 합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N차 관람을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전동석 배우의 'Confrontation' . 홍광호 배우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지킬과 하이드의 대립을 쫓기듯 표현하는 이 고난도 넘버를 소화하기 위해 배우가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이고, 목소리와 표정을 바꿔야 하는지, 그리고 조명과의 타이밍까지 완벽해야 하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전동석 배우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지킬의 고뇌와 하이드의 광기를 표현했는데, 홍광호 배우가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했다면, 전동석 배우는 내면의 갈등을 더욱 처절하게 그려내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스토리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존재했습니다. 특히 엠마와 루시 캐릭터가 "지킬에 대한 사랑"이라는 단일 목적으로만 움직이는 듯한 느낌은 두 번째 관람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엠마의 분량 또한 생각보다 적어서 아쉬웠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배우들의 연기가 그 아쉬움을 상당 부분 메워주었습니다. 특히 전동석 배우는 지킬의 젠틀함과 하이드의 폭력성 사이의 간극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여,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득력을 높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지킬 앤 하이드> 또 볼만할까? (N차 관람의 가치와 배우 비교)

두 번의 관람을 통해 느낀 점은, <지킬 앤 하이드>는 어떤 배우가 지킬/하이드 역을 맡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 이라는 것입니다. 스토리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귀에 꽂히는 킬링 넘버들은 이 작품을 계속해서 찾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두 배우의 지킬/하이드를 간략하게 비교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구분 홍광호 지킬/하이드 전동석 지킬/하이드
지킬 이성적이고 냉철하지만, 내면에 뜨거운 열정을 품은 모습 젠틀하고 부드러우며, 이상을 추구하는 순수한 열정
하이드 통제 불능의 광기, 폭발적인 에너지, 동물적인 본능 냉소적이고 파괴적이며, 지킬을 조롱하는 듯한 섬뜩함
'Confrontation' 압도적인 성량과 카리스마, 선과 악의 처절한 사투 섬세한 감정 변화, 내면의 분열을 극적으로 표현
전체적인 느낌 "미친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이 돋보이는 강렬한 공연 "섬세한 연기"와 "극명한 캐릭터 대비"가 인상적인 공연

물론 두 배우님 외에도 류정한, 박은태, 카이, 신성록 등 쟁쟁한 배우들이 지킬/하이드 역을 거쳐 갔고, 현재도 다른 멋진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다른 캐스팅으로도 꼭 한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킬 앤 하이드>는 캐스팅 조합에 따라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 재관람, 더 재미있게 즐기는 꿀팁!

  1. 넘버 예습은 필수! 특히 앙상블 넘버는 가사를 알고 들으면 감동이 배가 됩니다.
  2. 다양한 캐스팅 조합을 경험해 보세요. 같은 역할이라도 배우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좌석별 시야를 고려하세요. 샤롯데씨어터는 비교적 시야가 좋은 편이지만, 앞쪽 중앙, 혹은 통로석 등 선호하는 좌석을 미리 파악해두면 좋습니다. (오페라 글라스는 좋은 친구!)
  4. 첫 관람이라면 전체적인 흐름과 감동을, 재관람이라면 디테일한 연기와 넘버의 의미를 곱씹어 보세요.

결론적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배우와 넘버의 힘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그야말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캐릭터의 입체성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당신을 사로잡을 강렬한 매력을 지닌 것만은 분명합니다.

만약 당신이 폭발적인 에너지와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를 원한다면 홍광호 배우를, 섬세한 감정 연기와 캐릭터의 극명한 대비를 느끼고 싶다면 전동석 배우의 공연을 (혹은 현재 공연 중인 다른 멋진 배우들의 공연을) 선택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어떤 선택을 하시든 <지킬 앤 하이드>는 당신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지킬/하이드를 만나셨나요? 혹은 어떤 지킬/하이드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