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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리스> 진심어린 후기

 

뮤지컬 <모리스>를 보고 돌아온 밤, 귓가에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맴돌고, 마음속에는 20세기 초 영국 사회의 풍경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E.M. 포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모리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고전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운 음악,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기는 뮤지컬 <모리스>! 지금부터 솔직 담백한 후기를 시작합니다.

1. 익숙함 속의 특별함: 고전적인 선율과 3인조 라이브 연주

뮤지컬 <모리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음악입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한 반주는 익숙하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주며, 작품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줍니다. 넘버들이 귀에 확 꽂히는 강렬함은 덜하지만, 곱씹을수록 깊은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3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극의 감정선과 상황을 극대화하며 몰입도를 높입니다. OST 발매가 간절해지는 순간입니다.

2. 문을 통해 엿보는 내면: 무대 연출과 배우들의 해석

무대는 두 개의 프레임으로 나뉜 듯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특히 하수에 위치한 하나의 '문'은 극 중 세 인물의 마음속 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문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인물들이 문 옆으로 등장하고 퇴장하는 모습은 그들의 내면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인상적입니다.

  • 홍승안 배우 (클라이브 역): 찌질하면서도 어딘가 미련이 남아있는 클라이브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고 두려워하는 그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특히, 옷장 안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들키는 장면은 클라이브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입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인물의 고통을 절절하게 연기하여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 정재환 배우 (모리스 역): 감정의 폭이 큰 모리스 역을 맡아 열연했지만, 격정적인 감정이 무대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공연을 거듭하면서 더욱 깊이 있는 모리스를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 박주혁 배우 (알렉 역): 분량은 많지 않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입니다. 리슬리 선배 역할 때부터 눈에 띄었는데, 알렉 역할을 맡으면서 그 매력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안정적인 노래 실력 또한 그의 장점입니다.

3. 세 개의 문, 각기 다른 선택: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

뮤지컬 <모리스>는 20세기 초 보수적인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자신의 본성을 깨닫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모리스의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품은 모리스의 시점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같은 본성의 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각자 문을 대하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본능적으로 서로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주어진 현실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하고 엇갈리고 또 만나는 과정을 빠르지만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각자의 선택을 통해 얻게 된 완전한 이별 속에서, 클라이브는 모리스가 열어두고 떠난 그 문을 다시 굳게 닫으며 그 자리에 멈춰 섭니다.

4. 아쉬움 속에서 발견한 가능성: 개선을 기대하며

첫 공연을 기준으로, 배우들의 음정 불안, 대사 실수, 작은 목소리와 불분명한 딕션 등 아쉬운 점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앞으로 공연을 거듭하면서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 또한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총평: 성실하게 만들어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

뮤지컬 <모리스>는 20세기 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열연, 아름다운 음악, 상징적인 무대 연출이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비록 첫 공연에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성실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충분히 회전문을 돌 만한 가치가 있는 뮤지컬입니다. 매력적이고 독보적인 넘버들은 작품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고전적인 분위기의 뮤지컬을 좋아하시는 분
  •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다룬 작품에 관심 있는 분
  •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고 싶으신 분
  • 원작 소설을 감명 깊게 읽으신 분

마지막으로...

뮤지컬 <모리스>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모리스, 클라이브, 알렉, 세 인물이 각자 선택한 문을 통해, 우리는 과연 어떤 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문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뮤지컬 <모리스>는 닫혀있던 당신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